영화 리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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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말 대신 시로 기록된 하루들. <패터슨>
🎬 패터슨 (Paterson)- 말 대신 시로 기록된 하루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도시의 이름과 사람의 이름이 같은 영화.《패터슨》은 말이 적은 남자와, 그가 매일 쓰는 시로 가득 찬 일주일을 보여준다.아침엔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노선을 운전한다.점심엔 늘 같은 도시락을 먹고, 퇴근 후엔 강아지 산책을 하며 바에 들른다.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말할지 모를 일상.하지만 패터슨의 하루는 조용히 반짝이는 시로 채워져 있다.그 시는 어쩌면 삶을 견디는 방식이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패터슨은 말을 아낀다.버스 운전 중에도, 로라와 대화할 때도, 대부분 듣고 있는 쪽에 가깝다...
2025.04.23 -
28. 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버닝>
🎬 버닝 (Burning, 2018): 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소설가가 되고 싶은 종수.하지만 그가 마주한 건 말로 옮길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자신의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타인이었다.해미는 종수와 닮은 사람이었다.무언가를 꿈꾸지만, 발 붙일 자리가 없는 사람.그래서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알아봤고, 그렇게 묘하게 가까워졌다.하지만 벤이라는 인물이 나타나고 나서부터,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이해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종수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해미의 실종은 더 큰 의심과 감정을 남겼다.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
2025.04.13 -
27. 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 <어바웃 타임>
🎬 어바웃 타임 (About Time): 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이 있다.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마음들.붙잡고 싶지만 붙잡히지 않고, 바꾸고 싶지만 바꿀 수 없는.그래서 결국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리는 영화 같지만,사실은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말하는 영화였다.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아버지와 아들이 조용히 탁구를 치는 장면, 산책하며 웃고 있는 모습,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끝내 작별을 말하지 못한 채 마음을 털어놓던 순간들.그 장면들 속엔 말보다 더 많은 마음이 있었다.시간을 넘나들 수 있어도..
2025.04.13 -
26. 나는 단순하게 좋은 사람이고, 타인은 복잡하게 나쁜 사람일까? <괴물>
🎬 괴물 (Monster, 2023) : 나는 단순하게 좋은 사람이고, 타인은 복잡하게 나쁜 사람일까?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영화 《괴물》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얼마나 쉽게 타인을 의심하는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엄마는 학교를 의심하고, 교사는 학생을 의심하며, 우리는 그들 모두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판단한다.누가 옳은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누가 '괴물'인지 쉽게 단정 지으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말없이 그 질문을 반복한다."괴물은 누구인가?"그리고 끝내 답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관객 스스로 그 질문을 ..
2025.04.13 -
25. 그 모든 하루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 <퍼펙트 데이즈>
🎬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그 모든 하루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그 모든 하루를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영화 는 묻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한 사람의 조용한 하루들을.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눈 뜨고,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을 먹고, 나무를 올려다본다.밤이 되면 책을 읽다 잠들고, 휴식시간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출퇴근 길에는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다.쉬는 날에는 단골 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하며 일상을 보낸다.누군가는 그것을 지루한 일상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그는 그 모든 하루를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그렇게 말 없..
2025.04.13 -
24. 이미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세계에서, 다정함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 <가버나움>
🎬 가버나움 (Capernaum)- 이미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세계에서, 다정함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아무 정보도 없이, 그저 영화제에서 예매한 이름 하나만으로 마주한 영화.《가버나움》은 시작 몇 분 만에 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다.법정에 선 자인은, 부모를 고소한다.이유는 단 하나—"나를 태어나게 했기 때문에."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장면은동생에게 툴툴거리면서도 끝끝내 먹을 걸 챙기고, 안아주고, 울음을 달래던 자인의 모습이었다.아직 아이인 아이가, 더 어린 생명을 돌봐야 했던 장면.그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너무나도 씁쓸하고, 또 너..
2025.04.13 -
10. 다시 살아내는 일에 관하여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 다시 살아내는 일에 관하여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경찰서에서 그는 말없이 총을 든다.무너지지도, 울지도 않는다.그저 총구를 자기 턱 밑에 겨누고, 조용히 방아쇠를 당기려 한다.삶이란 말은 그 순간,너무 과분해 보인다.《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죽음을 겪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죽음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만 하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자신의 실수로 아이들을 잃은 한 남자.그는 누구의 위로도, 자기 자신의 용서도 받아들이지 못한다.슬프지 않다.그보다 더 깊은 —무력함, 고립감, 그리고 죄책감의 침묵.말하지 않고, 울지도 않고,그저 하루하루를 마치 벌처럼 견뎌낸..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