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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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진심은 언젠가 문을 연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마카담 스토리>
🎬 마카담 스토리 (Macadam Stories)- 진심은 언젠가 문을 연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세 개의 만남이 있다.엘리베이터 설치를 반대한 남자와 야간 근무를 하는 간호사,혼자 사는 듯한 소년과 옆집에 잠시 머무는 유명 여배우,그리고 불시착한 우주비행사와 아들을 감옥에 둔 어머니.이들은 모두 혼자였다. 그리고 천천히, 누군가와 연결된다.영화 《고스트 스토리》가 장소에 남은 외로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면,《마카담 스토리》는 외로운 이들이 서로를 만나 마음을 채워가는 이야기다.두 영화 모두 화면의 비율을 작게 설정하고 인물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은 그 사람 ..
2025.05.04 -
64.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비기너스>
🎬 비기너스 (Beginners)-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Beginners. 시작은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단순히 마음을 먹는다고 시작되는 것일까.나의 경우에는 무언가를 시작하는 건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나는 겁이 많고, 신중하고, 생각이 많다.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사람.그래서 내가 무언가 바꾸려고 할 때는 그 안에 긴 시간의 고민과 결심이 들어있다.나를 규정짓는 건, 어쩌면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일지도 모른다.우리는 타인의 평가 속에서 착하다, 슬프다, 속물이다, 밝다—이런 이미지를 '부여받는다'.물론 그 누구도 정확히 나를 알 수 없지만, ..
2025.05.04 -
59. 말 대신 시로 기록된 하루들. <패터슨>
🎬 패터슨 (Paterson)- 말 대신 시로 기록된 하루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도시의 이름과 사람의 이름이 같은 영화.《패터슨》은 말이 적은 남자와, 그가 매일 쓰는 시로 가득 찬 일주일을 보여준다.아침엔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노선을 운전한다.점심엔 늘 같은 도시락을 먹고, 퇴근 후엔 강아지 산책을 하며 바에 들른다.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말할지 모를 일상.하지만 패터슨의 하루는 조용히 반짝이는 시로 채워져 있다.그 시는 어쩌면 삶을 견디는 방식이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패터슨은 말을 아낀다.버스 운전 중에도, 로라와 대화할 때도, 대부분 듣고 있는 쪽에 가깝다...
2025.04.23 -
28. 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버닝>
🎬 버닝 (Burning, 2018): 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소설가가 되고 싶은 종수.하지만 그가 마주한 건 말로 옮길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자신의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타인이었다.해미는 종수와 닮은 사람이었다.무언가를 꿈꾸지만, 발 붙일 자리가 없는 사람.그래서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알아봤고, 그렇게 묘하게 가까워졌다.하지만 벤이라는 인물이 나타나고 나서부터,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이해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종수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해미의 실종은 더 큰 의심과 감정을 남겼다.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
2025.04.13 -
27. 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 <어바웃 타임>
🎬 어바웃 타임 (About Time): 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이 있다.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마음들.붙잡고 싶지만 붙잡히지 않고, 바꾸고 싶지만 바꿀 수 없는.그래서 결국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리는 영화 같지만,사실은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말하는 영화였다.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아버지와 아들이 조용히 탁구를 치는 장면, 산책하며 웃고 있는 모습,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끝내 작별을 말하지 못한 채 마음을 털어놓던 순간들.그 장면들 속엔 말보다 더 많은 마음이 있었다.시간을 넘나들 수 있어도..
2025.04.13 -
26. 나는 단순하게 좋은 사람이고, 타인은 복잡하게 나쁜 사람일까? <괴물>
🎬 괴물 (Monster, 2023) : 나는 단순하게 좋은 사람이고, 타인은 복잡하게 나쁜 사람일까?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영화 《괴물》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얼마나 쉽게 타인을 의심하는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엄마는 학교를 의심하고, 교사는 학생을 의심하며, 우리는 그들 모두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판단한다.누가 옳은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누가 '괴물'인지 쉽게 단정 지으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말없이 그 질문을 반복한다."괴물은 누구인가?"그리고 끝내 답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관객 스스로 그 질문을 ..
2025.04.13 -
25. 그 모든 하루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 <퍼펙트 데이즈>
🎬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그 모든 하루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그 모든 하루를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영화 는 묻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한 사람의 조용한 하루들을.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눈 뜨고,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을 먹고, 나무를 올려다본다.밤이 되면 책을 읽다 잠들고, 휴식시간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출퇴근 길에는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다.쉬는 날에는 단골 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하며 일상을 보낸다.누군가는 그것을 지루한 일상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그는 그 모든 하루를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그렇게 말 없..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