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8)
-
30. 상처 위를 걸어가는 일 <러덜리스>
🎬 러덜리스 (Rudderless, 2014): 그 노래들은 조심히 따라 불러야만 했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어떤 노래는 모두와 함께 부르기 위해 만들어지지만,《러덜리스》의 마지막 무대 위에서 흘러나온 “Sing Along”은그저 가볍게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였다.노래를 부른 이는 아버지였고,그 노래를 쓴 이는 세상을 떠난 아들이었다.그리고 그 아들은, 누군가의 인생을 무너뜨린 사람이기도 했다.범죄는 용서받기 어렵다.그 죄를 지은 이가 떠난 후에도,그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끝없이 이어진다.샘은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아들을 잃었고, 그 아들이 세상을 아프게 했다는 사실 앞에서사랑과 죄책감, 분..
2025.04.15 -
22. 같이 있는 것만으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같이 있는 것만으로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이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우리가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이유는… 그냥 이거야. 같이 있고 싶어서."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당황스러웠다.세탁소, 손가락 소시지, 바위, 검은 베이글, 수많은 우주와 정체성의 파편들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오히려 정적이었다.모든 혼란을 지나, 말이 필요 없는 침묵의 장면 — 바로 ‘돌’의 장면이었다.말할 수 없어도 옆에 있어주는 것.움직일 수 없어도 같이 있는 것.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방식이었다.최근, 부모님이 점점 나이 들어가시는 모습을 본다.어릴 땐 언제나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
2025.04.13 -
20.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 <어톤먼트>
🎬 어톤먼트 –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 되돌릴 수 없는 삶을 껴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무언가를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쉽다.그러나 그것이 어떤 삶을 망가뜨렸다면,그 ‘미안함’은 말이 아닌 삶 전체로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어톤먼트》는 '속죄'라는 뜻이다.브라이오니는 어린 시절,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린다.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작가가 되어 그 사랑의 이야기를 소설로 복원한다.···브라이오니는 말한다.“현실에서는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그래서 소설 속에서라도, 그들에게 재회의 기회를 준 것이다.전쟁이라는 현실이, 그리고 자신의 오해가 ..
2025.04.13 -
19.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하는 법 〈러브레터〉
🎬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하는 법 – 〈러브레터〉-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할 수 있다면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그저 흐릿한 겨울 풍경 속, 조용히 흘러가는 옛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주인공이 1인 2역이라는 것도… 그땐 몰랐다.그저 그런 줄로만 알고 흘려보냈던 영화였다.그런데 올해 초, 메가박스에서 재개봉된 이 영화를 다시 마주했을 때—나는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를 받은 사람처럼,한참 동안 먹먹한 마음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그리고 이번엔, 알아차렸다.하나의 얼굴로 두 사람의 시간을 연기한 그 배우의 표정과 숨결 속에서,나는 '기억'과 ..
2025.04.13 -
18. 사랑은 기억보다 깊은 곳에 남는다. <이터널 선샤인>
🎬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사랑은 기억보다 깊은 곳에 남는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잊고 싶은 사랑, 지우고 싶은 기억.《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의 끝에서 출발하는 영화다.조엘은 클레멘타인을 잊기 위해 기억 삭제를 선택한다.하지만 기억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는 깨닫는다.“나는 이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고.사랑은 그렇게, 떠난 후에야 본질을 드러낸다.기억이 지워져도 마음은 남는다.사랑의 순간들은 단지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고 체온이며 눈빛이다.사랑은 이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선택이다.그 선택은 기억이 남아서가 아니라,기억이 없어도 다시 하고 싶을 만큼의 마음..
2025.04.12 -
17. 우리는 만났고, 그걸로 충분했다. <패스트 라이브스>
🎬 패스트 라이브즈 – 우리는 만났고, 그걸로 충분했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우리는 왜, 첫사랑과 이어지지 못할까.어째서 첫사랑은, 늘 ‘첫사랑’으로만 남을까.는 그런 질문을 품은 영화다.서울의 골목길을 함께 걷던 두 아이는,시간이 흘러, 바다 건너 뉴욕의 밤거리에서 다시 마주 선다.남자는 그녀가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나라, 먼 시간대를 넘어 이곳까지 온다.그 마음은 소유하려는 욕망이 아니라,그저 한때의 마음이 여전히 진심이었다는 걸그녀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던 마음이다.그는 그것을 위해 긴 비행을 택했고,그녀는 그 진심 앞에서 흔들리면서도, 삶의 자리를 지켜냈다.그..
2025.04.12 -
6. 우리가 찾는 바다는 어디에 있을까 <소울>
소울 – 우리가 찾는 바다는 어디에 있을까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There's a fish. He swims up to an older fish and says,‘I’m trying to find this thing they call the ocean.’‘The ocean?’ says the older fish,‘That’s what you’re in right now.’‘This?’ says the young fish,‘This is water. What I want is the ocean.’”“물고기 한 마리가 나이 든 물고기에게 말했어요.‘바다를 찾고 있어요.’늙은 물고기가 대답했죠.‘지금 있는 게 바로 바다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