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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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이미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세계에서, 다정함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 <가버나움>
🎬 가버나움 (Capernaum)- 이미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세계에서, 다정함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아무 정보도 없이, 그저 영화제에서 예매한 이름 하나만으로 마주한 영화.《가버나움》은 시작 몇 분 만에 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다.법정에 선 자인은, 부모를 고소한다.이유는 단 하나—"나를 태어나게 했기 때문에."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장면은동생에게 툴툴거리면서도 끝끝내 먹을 걸 챙기고, 안아주고, 울음을 달래던 자인의 모습이었다.아직 아이인 아이가, 더 어린 생명을 돌봐야 했던 장면.그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너무나도 씁쓸하고, 또 너..
2025.04.13 -
10. 다시 살아내는 일에 관하여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 다시 살아내는 일에 관하여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경찰서에서 그는 말없이 총을 든다.무너지지도, 울지도 않는다.그저 총구를 자기 턱 밑에 겨누고, 조용히 방아쇠를 당기려 한다.삶이란 말은 그 순간,너무 과분해 보인다.《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죽음을 겪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죽음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만 하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자신의 실수로 아이들을 잃은 한 남자.그는 누구의 위로도, 자기 자신의 용서도 받아들이지 못한다.슬프지 않다.그보다 더 깊은 —무력함, 고립감, 그리고 죄책감의 침묵.말하지 않고, 울지도 않고,그저 하루하루를 마치 벌처럼 견뎌낸..
2025.04.11 -
2. 그 음악은 말 대신 슬픔을 전하고, 그 대사는 시간 대신 기억을 가리킨다. <컨택트>
🎬 컨택트 — “나는 이게 너의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I used to think this was the beginning of your story.” 기억은 흐릿해질수록 선명해진다. 그날, 그 순간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몰랐던 채로, 나는 그것을 시작이라고 믿었다. 🎧 OST: On the Nature of Daylight – Max Richter 1. 침묵 위에 깔리는 음악 한 줄 영화 의 첫 장면은 고요함 속에서 시작됩니다. 넓고 조용한 집, 창밖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담담한 목소리로 누군가의 삶과..
2025.04.11 -
1. 당신이 당신을 믿지 못할 때, 누군가의 믿음이 전부가 된다 <라라랜드>
🎬 라라랜드 —그게… 너무 아프니까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왜 안 가?”“그냥… 또 다른 오디션이잖아. 그리고 그게… 너무 아프니까.”배우를 꿈꾸던 한 여자가 말했다.수없이 문을 두드렸고, 수없이 거절당했고,그래서 이제는, 더는 두드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 1. 잊혀진 꿈 앞에서이 장면은 후반부, 미아와 세바스찬이 오랜만에 재회하는 순간이다.세바스찬은 흥분한 얼굴로 말을 꺼낸다.“네 연극을 본 캐스팅 디렉터가 너한테 오디션을 제안했어.”“이번엔 진짜야. 영화 주연이야.”하지만 미아는 고개를 젓는다.그리고 이렇게 말한다.“그게... 너무 아프니까.” 2. 그녀가 진짜 포기하고 싶은 것미아는 말한다.“아마 난 ..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