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cene(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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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상처 위를 걸어가는 일 <러덜리스>
🎬 러덜리스 (Rudderless, 2014): 그 노래들은 조심히 따라 불러야만 했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어떤 노래는 모두와 함께 부르기 위해 만들어지지만,《러덜리스》의 마지막 무대 위에서 흘러나온 “Sing Along”은그저 가볍게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였다.노래를 부른 이는 아버지였고,그 노래를 쓴 이는 세상을 떠난 아들이었다.그리고 그 아들은, 누군가의 인생을 무너뜨린 사람이기도 했다.범죄는 용서받기 어렵다.그 죄를 지은 이가 떠난 후에도,그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끝없이 이어진다.샘은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아들을 잃었고, 그 아들이 세상을 아프게 했다는 사실 앞에서사랑과 죄책감, 분..
2025.04.15 -
29. 타오르기도, 흘러내리기도 <엘리멘탈>
🎬 엘리멘탈 (Elemental): 타오르기도, 흘러내리기도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앰버는 불꽃이었다.하지만 그 불은 늘 타오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불,부모의 바람에 맞춰진 불,속으로 삼켜 조용히 이글거리는 불.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부모님께 도움이 되는 딸로, 실수하지 않는 자식으로.하지만 그 길은, 어쩐지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했다.그러다 만난 사람, 웨이드.그는 너무도 달랐다.울고, 웃고, 감정을 숨기지 않고 흐르게 두었다.처음엔 낯설었고, 솔직함이 부담스러웠다.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투명함은 내 마음을 천천히 적셔왔다.나는 감정을 잘 흘려내지 못하는 사람이..
2025.04.14 -
28. 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버닝>
🎬 버닝 (Burning, 2018): 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말하는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소설가가 되고 싶은 종수.하지만 그가 마주한 건 말로 옮길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자신의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타인이었다.해미는 종수와 닮은 사람이었다.무언가를 꿈꾸지만, 발 붙일 자리가 없는 사람.그래서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알아봤고, 그렇게 묘하게 가까워졌다.하지만 벤이라는 인물이 나타나고 나서부터,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이해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종수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해미의 실종은 더 큰 의심과 감정을 남겼다.이해할 수 없기에 불안한 마음, 설명하지 않음으로..
2025.04.13 -
27. 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 <어바웃 타임>
🎬 어바웃 타임 (About Time): 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시간에 둥둥 떠다니는 마음들이 있다.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마음들.붙잡고 싶지만 붙잡히지 않고, 바꾸고 싶지만 바꿀 수 없는.그래서 결국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리는 영화 같지만,사실은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말하는 영화였다.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은 따로 있었다.아버지와 아들이 조용히 탁구를 치는 장면, 산책하며 웃고 있는 모습,그들만의 비밀을 공유하고, 끝내 작별을 말하지 못한 채 마음을 털어놓던 순간들.그 장면들 속엔 말보다 더 많은 마음이 있었다.시간을 넘나들 수 있어도..
2025.04.13 -
26. 나는 단순하게 좋은 사람이고, 타인은 복잡하게 나쁜 사람일까? <괴물>
🎬 괴물 (Monster, 2023) : 나는 단순하게 좋은 사람이고, 타인은 복잡하게 나쁜 사람일까?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영화 《괴물》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얼마나 쉽게 타인을 의심하는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엄마는 학교를 의심하고, 교사는 학생을 의심하며, 우리는 그들 모두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판단한다.누가 옳은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 누가 '괴물'인지 쉽게 단정 지으려 한다. 하지만 영화는 말없이 그 질문을 반복한다."괴물은 누구인가?"그리고 끝내 답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관객 스스로 그 질문을 ..
2025.04.13 -
25. 그 모든 하루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 <퍼펙트 데이즈>
🎬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그 모든 하루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그 모든 하루를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영화 는 묻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한 사람의 조용한 하루들을.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눈 뜨고,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을 먹고, 나무를 올려다본다.밤이 되면 책을 읽다 잠들고, 휴식시간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출퇴근 길에는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다.쉬는 날에는 단골 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하며 일상을 보낸다.누군가는 그것을 지루한 일상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그는 그 모든 하루를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그렇게 말 없..
2025.04.13 -
24. 이미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세계에서, 다정함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 <가버나움>
🎬 가버나움 (Capernaum)- 이미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세계에서, 다정함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아무 정보도 없이, 그저 영화제에서 예매한 이름 하나만으로 마주한 영화.《가버나움》은 시작 몇 분 만에 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다.법정에 선 자인은, 부모를 고소한다.이유는 단 하나—"나를 태어나게 했기 때문에."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장면은동생에게 툴툴거리면서도 끝끝내 먹을 걸 챙기고, 안아주고, 울음을 달래던 자인의 모습이었다.아직 아이인 아이가, 더 어린 생명을 돌봐야 했던 장면.그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너무나도 씁쓸하고, 또 너..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