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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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그 모든 하루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 <퍼펙트 데이즈>
🎬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그 모든 하루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그 모든 하루를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는 것.영화 는 묻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한 사람의 조용한 하루들을.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눈 뜨고, 공중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을 먹고, 나무를 올려다본다.밤이 되면 책을 읽다 잠들고, 휴식시간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출퇴근 길에는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는다.쉬는 날에는 단골 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하며 일상을 보낸다.누군가는 그것을 지루한 일상이라 부를지도 모르지만,그는 그 모든 하루를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낸다.그렇게 말 없..
2025.04.13 -
24. 이미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세계에서, 다정함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 <가버나움>
🎬 가버나움 (Capernaum)- 이미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세계에서, 다정함 하나로 자신을 지키는 소년.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아무 정보도 없이, 그저 영화제에서 예매한 이름 하나만으로 마주한 영화.《가버나움》은 시작 몇 분 만에 내 심장을 쿵 내려앉게 했다.법정에 선 자인은, 부모를 고소한다.이유는 단 하나—"나를 태어나게 했기 때문에."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장면은동생에게 툴툴거리면서도 끝끝내 먹을 걸 챙기고, 안아주고, 울음을 달래던 자인의 모습이었다.아직 아이인 아이가, 더 어린 생명을 돌봐야 했던 장면.그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너무나도 씁쓸하고, 또 너..
2025.04.13 -
23. 수틀리면 빠꾸! <폭싹 속았수다>
🎬 폭싹 속았수다 – 수틀리면 빠꾸!장면은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외할머니가 떠올랐고, 우리 엄마, 아빠가 보였고,결국은 나 자신이 보였다.수틀리면 빠꾸.단순히 웃긴 사투리 말투인 줄 알았는데, 그 말 안에 다 담겨 있었다.억척스럽게 살아온 사람들의, 세상에 꺾이지 않기 위한 다짐과도 같은 말.외할머니는 엄마에게 최선을 다해주고 싶었겠지.하지만 그러지 못한 세월 앞에서, 얼마나 사무쳤을까.엄마는 나에게 모든 걸 해주고 싶었을 거야.그런데 마음만큼 되지 않았던 순간들 앞에서, 또 얼마나 사무쳤을까.나는 엄마의 바람대로 자랐을까.그늘 속에서 자라면서, 나도 모르게 내 것, 새 것,..
2025.04.13 -
22. 같이 있는 것만으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같이 있는 것만으로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이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우리가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이유는… 그냥 이거야. 같이 있고 싶어서."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당황스러웠다.세탁소, 손가락 소시지, 바위, 검은 베이글, 수많은 우주와 정체성의 파편들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오히려 정적이었다.모든 혼란을 지나, 말이 필요 없는 침묵의 장면 — 바로 ‘돌’의 장면이었다.말할 수 없어도 옆에 있어주는 것.움직일 수 없어도 같이 있는 것.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방식이었다.최근, 부모님이 점점 나이 들어가시는 모습을 본다.어릴 땐 언제나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
2025.04.13 -
21. 진짜 나를 드러내는 순간 <위대한 쇼맨>
🎬 위대한 쇼맨 – 진짜 나를 드러내는 순간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나는 어릴 적부터 무대보다 구석을 더 편해했던 사람이었다.눈빛을 주고받기보다는 시선 피하기가 익숙했고, 누군가의 말에 맞장구치는 일이 더 쉬웠다.그래서 누군가의 중심이 된다는 건, 먼 이야기라고만 여겨왔다.《위대한 쇼맨》은 그런 나에게 물었다."너는 정말 너를 드러낸 적이 있느냐고."서커스단에 모인 이들은 말 그대로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었다.다른 외모, 다른 목소리, 다른 배경. 하지만 그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당당히 외친다.“This is me.”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사회의 틀을 벗어나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다는 것.그..
2025.04.13 -
20.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 <어톤먼트>
🎬 어톤먼트 –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사랑하는 법- 되돌릴 수 없는 삶을 껴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무언가를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쉽다.그러나 그것이 어떤 삶을 망가뜨렸다면,그 ‘미안함’은 말이 아닌 삶 전체로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어톤먼트》는 '속죄'라는 뜻이다.브라이오니는 어린 시절,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린다.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작가가 되어 그 사랑의 이야기를 소설로 복원한다.···브라이오니는 말한다.“현실에서는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그래서 소설 속에서라도, 그들에게 재회의 기회를 준 것이다.전쟁이라는 현실이, 그리고 자신의 오해가 ..
2025.04.13 -
19.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하는 법 〈러브레터〉
🎬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하는 법 – 〈러브레터〉-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할 수 있다면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그저 흐릿한 겨울 풍경 속, 조용히 흘러가는 옛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주인공이 1인 2역이라는 것도… 그땐 몰랐다.그저 그런 줄로만 알고 흘려보냈던 영화였다.그런데 올해 초, 메가박스에서 재개봉된 이 영화를 다시 마주했을 때—나는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를 받은 사람처럼,한참 동안 먹먹한 마음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그리고 이번엔, 알아차렸다.하나의 얼굴로 두 사람의 시간을 연기한 그 배우의 표정과 숨결 속에서,나는 '기억'과 ..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