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하는 법 〈러브레터〉

2025. 4. 13. 00:531 Scene

반응형

🎬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하는 법 – 〈러브레터〉

-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할 수 있다면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그저 흐릿한 겨울 풍경 속, 조용히 흘러가는 옛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주인공이 1인 2역이라는 것도… 그땐 몰랐다.
그저 그런 줄로만 알고 흘려보냈던 영화였다.

그런데 올해 초, 메가박스에서 재개봉된 이 영화를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너무 늦게 도착한 편지를 받은 사람처럼,
한참 동안 먹먹한 마음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번엔, 알아차렸다.
하나의 얼굴로 두 사람의 시간을 연기한 그 배우의 표정과 숨결 속에서,
나는 '기억'과 '부재'라는 감정을 다시 배웠다.

〈러브레터〉는 단지 첫사랑을 추억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다시 인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에 대한 이야기
다.
편지라는 형태로, 혹은 오래된 졸업앨범 속 한 장의 사진으로,
이미 사라진 사람의 숨결을 다시 한번 불러내는 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1인 2역이라는 설정이다.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같은 얼굴을 가졌다는 사실은
영화가 끌어안고 있는 ‘기억의 중첩’‘사라진 이를 계속해서 살아 있는 이의 얼굴 속에서 찾으려는 마음’을 상징한다.

그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히로코는 단지 닮은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잃어버린 사랑의 잔상을 직면하는 것이다.
관객인 나 역시도, 그 이중성을 통해
기억이 어떻게 사랑을 왜곡하고, 동시에 살아 있게 만드는지를 체험한다.

또한, 이 영화의 핵심 도구인 ‘편지’
그저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을 넘어
부재를 향해 말을 거는 유일한 방법이다.
전화처럼 즉각적인 응답이 없기에,
편지는 오히려 마음을 더 조심스럽게 다듬어 담게 된다.
‘내가 이 말을 써도 될까, 이 감정을 보내도 괜찮을까’라는 자문 속에서,
애도의 언어가 탄생한다.

“오겡끼데스까—”

그건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그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향해 전하는,
내 마음의 마지막 인사
였다.
이제는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아는 마음,
그러나 여전히 그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울음 같은 말.

나는 자꾸 이런 영화에 마음이 머문다.
왜일까.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찾을 기회가 있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고, 또 얼마나 애틋한지
내가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그래서 이 영화가,
시간이 지나서야 내게 진짜 편지를 건넨 것 같다.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Love Letter (1995)》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