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3. 01:34ㆍ1 Scene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같이 있는 것만으로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이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우리가 지금 여기 함께 있는 이유는… 그냥 이거야. 같이 있고 싶어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당황스러웠다.
세탁소, 손가락 소시지, 바위, 검은 베이글, 수많은 우주와 정체성의 파편들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오히려 정적이었다.
모든 혼란을 지나, 말이 필요 없는 침묵의 장면 — 바로 ‘돌’의 장면이었다.
말할 수 없어도 옆에 있어주는 것.
움직일 수 없어도 같이 있는 것.
그게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의 방식이었다.
최근, 부모님이 점점 나이 들어가시는 모습을 본다.
어릴 땐 언제나 곁에 있을 줄 알았는데, 문득문득 스치는 그 모습에 마음이 이상해진다.
"내가 더 잘해서, 성공해서, 멋진 걸로 보답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정작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저앉는다.
그래서 그냥 자주 찾아뵙는다.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주름진 손을 잡고.
그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밟히는 것들이 너무 많아 슬프고, 또 미안해진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방식이, 지금은 그거라 생각한다.
같이 있는 것. 그걸로도 괜찮은 거라고, 이 영화는 말하고 위로해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냥 여기 있어 줘."
우리의 관계는, 꼭 무언가를 해야 유지되는 게 아니었고,
말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순간들이 있었음을.
이 영화는 그 이상한 세계 속에서 가장 단순한 진실을 건넸다.
그러니 가끔은 말없이 손을 잡고,
서툴러도 자꾸 곁에 있으려는 노력을 하자.
같이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사랑이니까.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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