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lo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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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그 모든 하지 않은 선택들 <미스터 노바디>
🎬 미스터 노바디 (Mr. Nobody)- 내 삶은 수많은 ‘하지 않은 선택’으로 이루어졌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하지만 선택을 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다.너무 어려서, 너무 두려워서, 아니면 선택이 곧 상실을 의미했기에.영화 《미스터 노바디》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장면은,어린 주인공이 기차역 플랫폼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을 따라가야 하는 순간이었다.그 선택은 곧 다른 한 사람과의 이별을 뜻했고, 아이는 그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갈림길 앞에 선다.그때마다 한쪽을 택하고, 다른 모든 가능성을 내려놓는다.선택하지 않은 길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지만,아..
2025.04.19 -
18. 사랑은 기억보다 깊은 곳에 남는다. <이터널 선샤인>
🎬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사랑은 기억보다 깊은 곳에 남는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잊고 싶은 사랑, 지우고 싶은 기억.《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의 끝에서 출발하는 영화다.조엘은 클레멘타인을 잊기 위해 기억 삭제를 선택한다.하지만 기억 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는 깨닫는다.“나는 이 기억을 잃고 싶지 않다”고.사랑은 그렇게, 떠난 후에야 본질을 드러낸다.기억이 지워져도 마음은 남는다.사랑의 순간들은 단지 정보가 아니라 감정이고 체온이며 눈빛이다.사랑은 이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선택이다.그 선택은 기억이 남아서가 아니라,기억이 없어도 다시 하고 싶을 만큼의 마음..
2025.04.12 -
14. 감정이란, 바로 그런 거야. 그 순간엔 모른 채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아프게 다가오는 것. <Aftersun>
🎬 – 영화가 끝난 후 영화가 시작된다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Aftersun》은 말이 없다.큰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그저 아빠와 딸이 함께 보내는 어느 여름휴가의 기억이잔잔하게 흐를 뿐이다.그런데 이상하다.영화가 끝났을 때,오히려 영화는 그제야 시작된다.감정은 이야기 중에 터지지 않는다.그저 누적된다.말하지 않는 침묵,애써 괜찮은 척하는 웃음,모래사장 위의 말 없는 뒷모습.이 모든 게 차곡차곡 쌓인다.그리고 마지막.마치 꿈처럼 이어지는 클럽 몽타주.빛과 그림자, 실제와 환상, 현실과 기억이 겹쳐지는 그 장면.그곳에서, 모든 감정이 터진다.그 장면에서 관객은비로소 ‘그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고,‘그 딸’의 ..
2025.04.11 -
13. 삶을 두고 떠나야 하는 사람의 죄책감과 슬픔 <8월의 크리스마스>
🎬 – 사라지는 사람의 기록, 사진이라는 이름의 유서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그는 사진사다.골목 끝, 오래된 사진관을 지키고 있는 사람.흑백 배경의 증명사진, 가족사진, 돌잔치, 졸업식, 장례식.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떠난다.그는 그 순간을 남긴다.그러나 이제,그는 그 시간의 바깥에 서 있다.남의 인생을 담아주던 사람이자신의 인생을 어디에도 담지 못한 채 사라지려 한다.TV 리모컨을 들고 있는 아버지에게,그는 설명하다가 화를 낸다.작고 사소한 것에 예민해진다.그리고 방을 나간다.하지만 그 짧은 짜증 속엔삶을 두고 떠나야 하는 사람의 죄책감과 슬픔이 묻어 있었다.그는 안다.자신이 떠나면 이 공간은 멈춘다.아버지는 TV 전..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