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1. 15:35ㆍ1 Scene

🎬 <Aftersun> – 영화가 끝난 후 영화가 시작된다
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Aftersun》은 말이 없다.
큰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그저 아빠와 딸이 함께 보내는 어느 여름휴가의 기억이
잔잔하게 흐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영화가 끝났을 때,
오히려 영화는 그제야 시작된다.
감정은 이야기 중에 터지지 않는다.
그저 누적된다.
말하지 않는 침묵,
애써 괜찮은 척하는 웃음,
모래사장 위의 말 없는 뒷모습.
이 모든 게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마지막.
마치 꿈처럼 이어지는 클럽 몽타주.
빛과 그림자, 실제와 환상, 현실과 기억이 겹쳐지는 그 장면.
그곳에서, 모든 감정이 터진다.
그 장면에서 관객은
비로소 ‘그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 딸’의 상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그제야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감정의 이야기였다는 걸.
말해지지 않은, 그러나 분명 존재했던 감정의 기록.
《Aftersun》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감정이란, 바로 그런 거야.
그 순간엔 모른 채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아프게 다가오는 것.”
그 여름날의 따뜻했던 태양,
수영장 옆에서 웃던 아빠의 얼굴,
멀어지는 기차 안에서 보낸 마지막 인사.
그건 그저 기억이 아니라,
사랑이 끝내 다 말하지 못한 말들의 잔상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끝나야 시작된다.
화면이 꺼지고 나서야
우리는 그를, 그들의 시간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한다.
그건 어쩌면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Aftersun (2022)
ⓒ A24 / 본 이미지는 비영리 리뷰 목적에 한해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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