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사랑을 남기기 위해, 우리는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헤어질 결심>

2025. 4. 30. 00:171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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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질 결심

- 사랑을 남기기 위해, 우리는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흔히 ‘고백’을 떠올린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함께하자고 손을 내미는 순간을.
하지만 어떤 사랑은, 그 말을 끝내 하지 않음으로써 더 오래 남는다.

《헤어질 결심》 속 해준과 서래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분명했음에도,
그 감정을 고백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 멀어지는 선택을 한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그들의 사랑은 도망도 아니었고, 미련도 아니었다.
그저, 닿는 순간 모든 것이 깨질 것을 알기에 — 그저 바라보는 걸로 충분했던, 가장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

서래는 산을 오르던 해준을 뒤로 하고 홀로 바다에 묻힌다.
그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조용한 고백이자, 가장 큰 결심이었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그 무너짐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해준 또한 말없이 무너졌고, 서로의 붕괴를 조용히 바라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서래의 이 물음은, 스스로를 감추려는 자에게서 나오는 가장 처절한 고백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때로 나 자신을 잃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이 마지막 문장은 마치, 사랑의 타이밍이 의도적으로 어긋나도록 설계된 운명 같았다.
그래서 둘은, 닿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지키는 결심을 했다.

“사랑을 남기기 위해, 우리는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그 문장은 아름답고도 슬프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는 선택이, 그 사람을 가장 깊이 사랑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건 아주 어른스러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헤어질 결심》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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