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틀 포레스트
-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나만의 계절을 살아가는 법.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서울에서의 삶은 숨이 막혔다. 사람들은 바빴고, 나는 늘 배가 고팠다. 진짜 허기는 밥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배고파서.”
하지만 고향집에도, 엄마는 없었다.
엄마는 어느 날 말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남겨진 건 오래된 조리도구들과, 엄마의 손때가 묻은 텃밭뿐이었다.
처음엔 더 허기졌다. 엄마가 해주던 된장국, 엄마가 삶아주던 고구마, 엄마가 불 앞에서 땀 흘리며 구워주던 조기.
그 기억들은 맛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함께 떠오르는 맛.
나는 엄마처럼 텃밭을 일구고, 제철 재료로 음식을 만들며, 서툴게나마 나를 먹였다.
계절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나는 계절을 따라 조금씩 나아갔다.
그렇게 겨울이 오고, 눈이 내렸다.
나는 뜨거운 국수를 끓이며 혼잣말했다. “이건 엄마가 좋아하던 맛이야.”
엄마는 떠났지만, 엄마의 온기는 이런 사소한 순간마다 나를 찾아왔다.
그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엄마도 사람이고, 딸이기 전에 한 명의 여자로서 외로웠겠구나.
누구보다 나를 사랑했지만, 자기 삶도 살아보고 싶었겠구나.
그리고 지금의 나처럼, 조용히 도망치듯, 혹은 살기 위해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보고 싶었겠구나.
그래서 나는 이제 엄마를 원망하는 대신, 엄마가 된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
엄마가 걸어간 길을, 나도 조금씩 따라가본다.
···
도시를 떠나 시골로 돌아온 혜원은 결국 ‘엄마를 기다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나도 바란다. 언젠가 엄마도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하루를 누릴 수 있기를.
그리고 나는, 그 하루를 지켜줄 만큼 단단한 사람이 되기를 다짐한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씩, 계절처럼, 나의 리듬대로.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리틀 포레스트》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