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여전히 내가 서 있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2025. 4. 26. 02:581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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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지나가고

-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여전히 내가 서 있었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태풍이 지난 아침, 모든 것이 조용했다.
간밤의 거센 바람은 사라지고, 흙냄새가 진하게 퍼지는 창밖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햇살이 내려앉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또 조용히 살아냈다.

《태풍이 지나가고》의 료타는 아버지가 된다는 것, 가족이라는 이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왜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하면 항상 늦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니까, 내 꿈도, 좋아하는 것도 조금씩 내려놓게 된다.

점점 친구들도 멀어지고, 어떤 관계에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퍼져나오는 외로움은 조용한 태풍처럼 우리를 흔든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료타가 아버지의 낡은 물건을 발견하고, 문득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려 애쓰는 순간.
그 작은 이해가, 료타를 조금 더 어른이 되게 만든다.
어쩌면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이렇게 조금씩 엇갈리고, 또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쌓이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 와중에도 삶은 이어진다.
그리고 가족은, 어떻게든 이어져 있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게 좋은 아들인지, 좋은 어른인지.
하지만 부모님을 보면,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가 된 사람들을 보면,
어쩌면 그들은 자기 자신을 조금씩 덜어내며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어쩌면 무너지지 않기 위해, 또는 누군가에게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필요했던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태풍은 지나간다. 하지만 지나간 자리엔 여전히 내가 서 있다.

부서지지 않은 채로, 혹은 조금 부서진 채로. 그러나 다시 살아내겠다는 마음으로.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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