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너무나 평범한 얼굴로 다가오는 것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5. 4. 20. 01:111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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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 악의 가장 끔찍한 모습은, 그것이 너무나 평범한 얼굴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악의 가장 끔찍한 모습은, 그것이 너무나 평범한 얼굴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어떤 잔혹한 장면 하나 없이도, 전쟁 영화 역사상 가장 무서운 긴장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 인근에 살았던 SS 장교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들은 정원을 가꾸고,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평범한 담장 너머에서는 매일 수천 명이 죽어가고 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벽 너머로 들려오는 비명, 그리고 단 한 번도 직접 비추지 않는 캠프의 내부.

그저 '보지 않는 것'으로 그들은 그 현실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무감각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악은 일상이 된다.

“무엇을 봤는가보다, 무엇을 외면했는가가 더 무섭다.”

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큰 공포는, 그 누구도 '괴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잔혹은 조용하고, 공포는 무표정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고통이 담장 너머에서 계속되고 있는데, 나는 그 울타리 안에서 너무 평온한 표정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침묵은 언제나 공범이었고, 외면은 그보다 더 큰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잊히지 않는 장면 하나.
아이 하나가 강가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물놀이를 한다.
그 물 위엔 하얗고 가벼운 가루가 떠다닌다.
그건, 어쩌면 바로 그 굴뚝에서 흘러나온 재— 침묵 속에 태워진 생명의 흔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아버지, 그 또한 나치 고위 장교인 루돌프 회스는 갑자기 아이를 향해 크게 소리친다.
“나와! 어서 나와!” 그리고는 아이를 급히 데리고 나온다.

그 순간,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강물이 더럽혀져 있다는 것을.
자신은 매일 그 담장 안에서 죽음을 조장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만은 그 속에 닿지 않기를 바랐던 모순.
그 침묵 속에 묻힌 죄의식이, 찰나의 행동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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