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근데... 난 걔랑 계속 놀고 싶은데? <우리들>

2025. 4. 22. 01:511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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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 근데... 난 걔랑 계속 놀고 싶은데?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가장 밝고 가장 조용한 계절 속에서,
선은 누군가와 가까워졌다가, 이내 멀어지는 아픔을 처음 겪는다.

지우가 다가왔을 땐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았다.
함께 놀고, 함께 웃고, 서로의 집까지 오가던 날들.
하지만 방학이 끝나고, 교실이 다시 나눔의 공간이 되었을 때
둘의 거리는 다시 ‘무언가’에 의해 정해지기 시작한다.

“쟤랑 친했었어?”라는 질문 하나에 지우는 선에게 등을 돌리고,
선은 이해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들》은 그 조용한 이별의 순간을, 소리내지 않고 천천히 따라간다.
누구도 명확히 잘못하지 않았고, 누구도 선을 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조그만 흉터를 남긴다.

···

후반부, 선이 동생에게 말한다.
“걔가 너한테 그랬는데 왜 계속 놀아?”
그 말엔, 아마도 선 스스로의 감정이 실려 있었을 것이다.

그때 동생은 아주 조용히 이렇게 대답한다.

“근데... 난 걔랑 계속 놀고 싶은데?”

그 말은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지기보다, 남아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고, 어른보다 더 솔직한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간다.

선은 그 대답 앞에서 잠시 멈춘다.
어쩌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마음이 눈앞에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아챈다.

친구가 된다는 건, 같이 웃는 일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같이 아프고 같이 참는 일이기도 했음을 선은 그 여름이 지나서야 조금씩 알아간다.

그리고 그 마음은, 자라서도 잊히지 않는 어떤 기억이 된다.

···

어릴 땐 아무렇지 않게 건넨 말 한 마디가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아픈 기억이 되곤 한다.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우리들》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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