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우리는 만났고, 그걸로 충분했다. <패스트 라이브스>

2025. 4. 12. 00:031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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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 라이브즈 – 우리는 만났고, 그걸로 충분했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우리는 왜, 첫사랑과 이어지지 못할까.
어째서 첫사랑은, 늘 ‘첫사랑’으로만 남을까.

<패스트 라이브즈>는 그런 질문을 품은 영화다.
서울의 골목길을 함께 걷던 두 아이는,
시간이 흘러, 바다 건너 뉴욕의 밤거리에서 다시 마주 선다.


남자는 그녀가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나라, 먼 시간대를 넘어 이곳까지 온다.

그 마음은 소유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그저 한때의 마음이 여전히 진심이었다는 걸
그녀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었던 마음이다.

그는 그것을 위해 긴 비행을 택했고,
그녀는 그 진심 앞에서 흔들리면서도, 삶의 자리를 지켜냈다.


그날 밤, 둘은 함께 걷는다.
돌아갈 시간은 다가오고, 말들은 점점 줄어든다.
그 사이사이에 쌓여 있는, 말이 되지 못한 마음들.

그리고 마지막. 그녀는 남편에게 안겨 눈물을 흘린다.
아주 오래 전의 마음이, 비로소 흘러나온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그래서 더 깊이, 더 조용히 남는다.

소유할 수 없지만, 진심이었다.
함께하지 못하지만, 기억된다.
그 마음 하나로도, 우리는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첫사랑은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품고 살아가는 사랑의 첫 언어다.

그것을 억지로 붙잡지 않고,
조용히 품고 살아가는 일.
어쩌면 그게 인연을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Past Lives (2023)》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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