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1. 14:14ㆍ1 Scene

🎬 HER – 한참이 지나서야, 사랑은 말이 된다
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편지를 쓰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
그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대신해 글을 써주는 사람이었다.
다정하고 섬세한 문장들.
그러나 정작 자신의 감정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무엇인가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만 존재하는 상태.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오래, 더 조용히, 더 깊게 남아 있는 것.
영화의 마지막 즈음,
사만다는 떠났고, 연결은 끊겼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뛰어올라 옥상으로 내달린다.
마치 누군가를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결국 아무도 없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어떤 사랑을 잃은 적이 있다는 걸 떠올린다.
그 사랑이 연인이었든, 가족이었든, 친구였든.
‘뒤늦게 깨닫는 사랑’이라는 말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것이 사랑인지 몰라서다.
그는 마지막에 전 부인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는 처음의 편지와는 다르다.
대신해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마침내 자기 말로 쓰는 것.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읽고’
‘써내려가는’ 사람이 된다.
사랑은 뒤늦게야
그 모양을 알게 된다.
그토록 흔하고 지겹다고 느꼈던 어머니의 잔소리,
말없이 늘 대기처럼 존재하던 아버지의 무심한 고마움.
그 모든 건 지나고 나서야
‘그게 사랑이었구나’ 하고 말하게 된다.
우리는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그러나 사랑을 깨닫는 건,
그보다 훨씬 더 나중이다.
아마도 그래서
사랑은
한참이 지나서야 말이 된다.
@EARTH 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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