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에세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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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말 대신 시로 기록된 하루들. <패터슨>
🎬 패터슨 (Paterson)- 말 대신 시로 기록된 하루들.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도시의 이름과 사람의 이름이 같은 영화.《패터슨》은 말이 적은 남자와, 그가 매일 쓰는 시로 가득 찬 일주일을 보여준다.아침엔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노선을 운전한다.점심엔 늘 같은 도시락을 먹고, 퇴근 후엔 강아지 산책을 하며 바에 들른다.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말할지 모를 일상.하지만 패터슨의 하루는 조용히 반짝이는 시로 채워져 있다.그 시는 어쩌면 삶을 견디는 방식이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패터슨은 말을 아낀다.버스 운전 중에도, 로라와 대화할 때도, 대부분 듣고 있는 쪽에 가깝다...
2025.04.23 -
11.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것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것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We rip out so much of ourselves to be cured of things faster than we should that we go bankrupt by the age of thirty and have less to offer each time we start with someone new.”우리는 너무 빨리 상처에서 회복되려고 애쓰는 바람에 자신의 많은 부분을 도려내버리고, 서른 살이 되기 전엔 이미 바닥나버리곤 하지.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줄 수 있는 것이 점점 더 줄어들게 돼.“But to feel nothing so ..
2025.04.11 -
10. 다시 살아내는 일에 관하여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 다시 살아내는 일에 관하여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경찰서에서 그는 말없이 총을 든다.무너지지도, 울지도 않는다.그저 총구를 자기 턱 밑에 겨누고, 조용히 방아쇠를 당기려 한다.삶이란 말은 그 순간,너무 과분해 보인다.《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죽음을 겪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죽음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만 하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자신의 실수로 아이들을 잃은 한 남자.그는 누구의 위로도, 자기 자신의 용서도 받아들이지 못한다.슬프지 않다.그보다 더 깊은 —무력함, 고립감, 그리고 죄책감의 침묵.말하지 않고, 울지도 않고,그저 하루하루를 마치 벌처럼 견뎌낸..
2025.04.11 -
9. 말보다 깊은 방식으로 사랑을 건넬 때 <아노라>
🎬 – 말보다 깊은 방식으로 사랑을 건넬 때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사랑한다는 말은 없었다.그저 눈빛, 숨소리, 그리고 몸짓만이 오갔다.마지막 장면에서 아노라는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어떻게든 그 마음을 전하려 한다.그녀는 말 대신 몸으로 사랑을 보여주려 한다.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그리고 어쩌면,그게 그녀가 알고 있는 가장 깊은 방식의 사랑이었다.그 장면을 보며우리는 너무 익숙한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된다.“사랑이란 감정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가?”누군가는 말로,누군가는 선물로,누군가는 한 발짝 물러나는 방식으로,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방식으로.그 장면은 단지 육체적..
2025.04.11 -
8. 한참이 지나서야 말이 되는 감정 <HER>
🎬 HER – 한참이 지나서야, 사랑은 말이 된다장면이 끝나고, 음악이 잦아들어도 삶은 계속됩니다.EARTH LOG는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편지를 쓰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그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대신해 글을 써주는 사람이었다.다정하고 섬세한 문장들.그러나 정작 자신의 감정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무엇인가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지만,사실은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만 존재하는 상태.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오래, 더 조용히, 더 깊게 남아 있는 것.영화의 마지막 즈음,사만다는 떠났고, 연결은 끊겼다.그는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뛰어올라 옥상으로 내달린다.마치 누군가를 붙잡을 수 있을 것처럼.하지만 결국 아무도 없다.그 순간,우리 모두는 어떤 사랑을..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