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포 선셋 (Before Sunset)
-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어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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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빈 역에서 “6개월 뒤”를 약속했던 둘은 결국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파리 서점 사인회에서 마주친 순간,
마음에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어.” 란 문장이 먼저 스쳤다.
제시의 비행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80분.
그 짧은 틈에 그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놓친 가능성을, 살아남은 후회를 숨 가쁘게 나눈다.
센강 유람선을 따라 흐르는 대화는 정치·환경·관계·죽음까지 닿고,
파리 골목엔 20대의 설렘 대신 서른 즈음의 회한이 묻어난다.
서로 행복하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충분하지 않아”라고 웃는다.
택시 뒷좌석, 창밖의 석양보다 뜨거운 언쟁 끝에야 드러난 진심—
“내 인생은 너를 그리워한 시간으로 가득해.”
부드러운 고백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정직한 자백이었다.
다락방에 도착해 셀린이 Nina Simone 〈Just in Time〉을 틀어 놓는다.
기타를 흉내 내며 노래에 몸을 싣는 그녀, 담담히 바라보는 제시.
음악 사이로 흐르던 침묵이 결국 말을 대신한다.
Baby, you’re gonna miss that plane.
— I know.
비포 선라이즈의 설렘은, 비포 선셋에서 “선택”으로 완성된다.
시간은 여전히 우리 편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운명은 결국 붙잡는 사람의 것이라는 걸, 두 사람은 9년 만에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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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Before Sunset (2004)》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