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 사랑에 조용히 끼어들어 볼까요?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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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기 전, 파리행 기차 안.
책을 읽다 눈길이 닿은 두 사람은 중년 부부의 다툼을 계기로 말을 건넨다.
그 짧은 끼어들기가, ‘낯선 이’와 ‘우리’ 사이의 문을 열었다.
제시는 “지금 내려서 빈을 함께 걸어보자”고 제안한다.
기차 문이 닫히기 직전, 셀린은 망설임을 떨치고 따라내린다.
Before Sunrise―해가 뜨기 전에 모든 게 끝날지 모른다는 조건 덕분에 그들의 대화는 빠르고 깊다.
좁은 레코드 부스에서 Kathy McCarty의 〈Come Here〉를 들을 때,
두 사람은 감히 시선을 오래 두지 못한 채 툭툭 눈길만 건넨다.
설렘이 아직 말이 되기 전, 음악이 대신 고백을 건네는 순간.
그리고 빈 골목의 작은 카페.
“우리 연인처럼 통화해볼래?”
가상의 전화를 걸어 서로를 탐색하는 그 역할극은 사랑이란 언어를 배우는 두 초보자의 첫 수업 같다.
영화는 반복해서 말한다.
우연은 찾아오지만, 운명은 붙잡는 것이라고.
Sunrise (해 뜨기 전)이라는 제목엔 “기회는 늘 짧다”는 암시가 숨어 있다.
가만히 있다면 새벽처럼 스쳐갈 뿐, 손을 뻗어야 하루가 시작된다.
엘리베이터 광고판보다 짧은 시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흘려보내는가.
이 영화는 조용히 부추긴다.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라 조용한 끼어들기라고.
다음 역이 오기 전, 우리는 누구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Before Sunrise (1995)》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