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구원보다 어려운 건,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는 일 <디태치먼트>
🎥 디태치먼트
- 구원보다 어려운 건,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는 일
“어느 하나에 이러한 깊이를 느끼지 못했고,
내 스스로 격리되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느낌이다.”
— 알베르 카뮈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무표정은 방패가 될 줄 알았다.
대체 교사 헨리 바스는 학교·가정·거리에서 쏟아지는 폭력과 무력감을 감정적 거리 두기로 견뎌내려 한다.
그러나 멀어지려 해도, 마음은 어딘가에서 다시 가까워진다.
왕따 메러디스가 카메라로 찍어 온 “비극” 사진들, 거리에서 구조한 10대 소녀 에리카와의 버스 대화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헨리는 모른 척하려 애쓰지만, 그 질문은 그의 무표정을 흔든다.
동료 교사들은 냉소에 잠겨 있고, 교장조차 ‘성적표’로만 아이를 본다.
교실 칠판에 헨리가 적은 문장은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
무너져 가는 저택의 묘사는, 결국 폐교를 앞둔 학교와 한 치 다르지 않다.
마지막 수업, 그는 빈 교실에서 다시 그 문장을 소리 내 읽는다.
칠판 앞의 교탁에 걸터앉은 그의 얼굴엔 미소도 눈물도 없다.
아직은 버티고 있다는 표정.
구원은 오지 않았고, 세상은 여전히 잔인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책을 덮지 않는다—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겠다는 다짐처럼.
복도를 걷거나 수업을 들을 때, 마음의 무게를 느껴본 적 있나?
난 있다. …모두?
“지루하고 어둡고 조용한 그 해 가을, 구름이 천국에서 우울하고 낮게 흐를 때,
말을 타고 기묘하게 두려운 시골길을 지났다.
우울한 어셔가의 저택을 보며, 저녁 이슬의 그림자 같은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나 저택을 보자 우울함이 내 영혼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곳의 피 흘리는 벽과 단순한 풍경을 보았다.
나의 우울한 영혼과 썩어버린 나무를 보았다.
그것은 구역질나는 마음의 냉정함이었다.”
100년도 더 전에 쓰인 이 문장이, 오늘 우리의 교실과 거리를 여전히 설명한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무표정으로 버틸 수 있을까?
벽을 세우며 살아남을 때조차, 언젠가 다시 가까워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디태치먼트 (2011)》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