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cene

30. 상처 위를 걸어가는 일 <러덜리스>

OKEARTH 2025. 4. 1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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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덜리스 (Rudderless, 2014)

: 그 노래들은 조심히 따라 불러야만 했다.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백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어떤 노래는 모두와 함께 부르기 위해 만들어지지만,
《러덜리스》의 마지막 무대 위에서 흘러나온 “Sing Along”
그저 가볍게 따라 부를 수 없는 노래였다.

노래를 부른 이는 아버지였고,
그 노래를 쓴 이는 세상을 떠난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 아들은, 누군가의 인생을 무너뜨린 사람이기도 했다.

범죄는 용서받기 어렵다.
그 죄를 지은 이가 떠난 후에도,
그로 인해 남겨진 사람들의 삶은 끝없이 이어진다.

샘은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아들을 잃었고, 그 아들이 세상을 아프게 했다는 사실 앞에서
사랑과 죄책감, 분노와 연민 사이에 떠 있었다.

그는 아들이 남긴 자작곡들을 발견했고,
그 노래들을 통해 다시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사랑했고, 응원했고, 함께 노래했다.
하지만 그 노래가 누구의 목소리였는지 알게 된 순간,
모든 감정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옹호하지 않았다.
다만, 끝내 품고 살아야만 했던 “남겨진 사람의 몫”을 견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르며,
말로는 하지 못한 속죄와 슬픔을 흘려보냈다.

“I don’t know what you’ve been told…”
“This guy right here's gonna rock the world.”

아들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 마음은 음악으로 남았고, 그 노래는 누군가의 가슴에 닿았다.

하지만 그 노래를 쓴 손이,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노래는 더 이상 ‘함께 부르자’는 의미만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마주해야 하는, 남겨진 자의 고백이 된다.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을 너무 쉽게 판단한다.
때로는, 남겨진 이의 슬픔까지 함께 잘라버린다.
하지만 진실은 단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말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조용히 흐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감정 위를 걷는다는 건,
상처 위를 걷는 일과 같다.

Tread carefully.
그 노래는, 조심히 따라 불러야만 했다.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러덜리스》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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