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cene

16. 말 없이 보여주는 마음 <플로우>

OKEARTH 2025. 4.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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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우 (Flow)

- 말 없는 마음, 말 없는 지구

영화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됩니다.
EARTH LOG는 장면과 장면 사이, 그 여운 속에 남겨진 마음을 기록합니다.

···

고양이는 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 고양이의 기분을 안다.
눈빛, 꼬리의 움직임, 조용히 다가오는 걸음.

《플로우》는 바로 그런 영화다.
한 마리 고양이가 주인공이고, 그 고양이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영화 속 고양이는 사람들이 떠나버린 지구 위에 남겨진다.
버려진 도시는 고요하고, 폐허 위에 자연은 되살아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명은 그 자리를 회복해간다.

그 중심에 고양이가 있다.
혼자이지만 살아있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지만 울지 않는다.

나는 그 고양이를 보며 내 고양이를 떠올렸다.

내가 없다면, 그 애는 나를 기억해줄까? 창가에 앉아 나를 기다릴까?
아니면,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갈까.

《플로우》는 말이 없다.
그 침묵은 무성영화라는 형식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음악과 소리, 그리고 오직 존재하는 모습만으로 전해지는 감정.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한다. 사랑이란 말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 쉬는 일이라고.

그리고, 영화는 조용히 말을 건넨다.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야.
고양이의 것이기도 하고,
바람과 나무, 길고양이와 새들의 것이기도 해.

환경을 파괴하고 떠난 인간들, 그 뒤에 남겨진 생명들의 숨결.

《플로우》는 무언의 방식으로 지구의 주인은 우리 모두라고 말해준다.

내가 집사로서 이 영화를 본다는 건, 단순히 귀여운 고양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이별 이후의 시간, 그리고 사랑이 지속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고양이는 묻지 않는다. “왜 떠났어?” 라고. 그저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게 기대올 것이다.

그 장면이, 내 마음을 조용히 무너뜨렸다.

말 없이 보여주는 마음이 있다.

···

장면은 끝났지만, 마음은 아직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EARTH LOG

대표 이미지 출처: 영화 《Flow (2024)》 공식 스틸 / 저작권은 해당 제작사 및 배급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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